2007 KOREAN WAVE 3월호 (21호)

 

이런 얘기가 있다. 한국의 인기 버라이어티 방송 <연예가중계>의 기획코너 <게릴라 데이트>에 이준기가 출연하게 됐다. 이것은 스타와 방송 리포터가 거리에서 평범하게, 데이트랄까 상대를 기다려 만나는 인기코너인데, 그 만남의 장소인 명동대성당에 이준기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의 이야기. 환호와 비명이 울려퍼지고 순식간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 몇분후 약 1,000여 명의 사람들로 길거리는 파묻혀 버렸다. 당연 만남은 가질 수가 없었고 이례적으로 촬영중단이라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 이준기가 지금 눈 앞에 있다. 날씬한 큰 키에 단정한 용모가 물론 이목을 끌지만 스텝들과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이 딱 그맘때의 청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촬영이 시작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의 주위만이 뭔가 밀도 높은 공기에 지배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 오오라와는 다른, 이것이 “기”라고 하는 것인가. 마치 그 곳만이 잘라낸, 한 폭의 그림 같이 떠올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 압도적인 집중력과 지속력이다. 셔터 소리와 싱크로를 이루면서 무한히 포즈나 표정을 계속해서 바꿔 나갔다. 그리고 촬영 종료. 밝은 미소를 띄운 이준기는 준비된 음료수를 손에 들고 한번에 쭉 들이켰다.

 

15분 정도의 휴식을 두고 계속되는 인터뷰. 취재용으로 준비된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뒤에 황색과 회색의 티셔츠로 캐쥬얼하게 차려입은 이준기가 들어왔다. 조금 전의 찌를 듯한 “기”는 모습을 감추고 구김없는 미소로부터 느긋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스타는 항상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타입과 스스로 온-오프를 스위치 가능한 타입이 있는데, 이준기는 틀림없이 후자인 것 같다. 그런 그가 자아내는 부드러운 분위기에 끌려, 이 쪽도 편안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를 가르쳐주세요. 뭔가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나요?

첫 계기는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를 봤던 것입니다. 대단히 감명을 받아서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연극을 좋아하는 친구와 무대를 보러 가서 배우가 관객과 감동을 공유하는 것을 보고 뭔가 대단하다는 느낌이 마음을 쳤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결국 오래 쌓여진 시간들을 지나온 거네요. 그때는 장래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요?

처음에는 아이돌이나 상업적인 배우 같은 것에 부정적이었어요. 무대가 최고라고, 관객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자신이 이렇게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배우상은 없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나 감동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이준기와 대화를 하는 동안 특히 인상적인 것은 대답에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음..”이라든가 “그렇네요” 같은 애매한 말들이 일절 없다. 게다가 질문에 즉시 답을 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머리 회전이 빠른게 틀림없다. 그런 템포로 기분좋게 생각을 이어가며, 대히트작 <왕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 영화가 그렇게 히트한 것은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촬영중, 배우나 스텝들끼리 “이건 좋은 영화가 될 거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설마 흥행 1위가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관객 여러분들이 작품을 보시고 감동을 받으셨다는 것이 대단히 행복합니다.

 

 

공길이라는 중성적인 캐릭터는 본래의 준기씨 성격과 꽤 다른 것 같은데, 역시 어려운 역이었나요?

정말 역을 “만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준기 자신을 내 안에서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그 작업이 어려웠습니다.

 
<왕의 남자>로 일약 톱스타가 되었는데 그 때문에 자유롭게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 현재의 상황이 괴롭지 않나요?

아니오, 부담스럽게 느끼지는 않아요. 여러가지 부탁에 응하는 것도 즐겁구요. 단지 제가 거리를 걸어다니면 소동이 일어난다든가 폐를 끼친다든가 하는 것은 죄송스러워서 자숙하고 있습니다.

 

그 도약 이후의 작품 <플라이 대디>에서는 전작 <왕의 남자>와 정반대의 남자다운 역할로 변했는데 이것은 의도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인가요?

이 작품은 <왕의 남자> 공개 전에 출연을 결정했기 때문에 <왕의 남자> 때와 정반대라는 이유로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영화에서도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모두 같습니다. 단지 어떤 캐릭터이냐가 다를 뿐입니다. 또 제 자신은 이 캐릭터가 대단히 남자다운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한 남자처럼 보이는 가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인물이라고 봅니다.

그럼 <플라이 대디>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단한 선배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신선한 스토리였다는 점입니다.

신선하다는 것은 어떤 점이 그랬나요?

한국에서는 어린 사람이 윗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어려운 내용을 코믹하게 그려낸 시나리오가 대단히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플라이 대디>는 나오키 수상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으로 매우 싸움에 강한 카리스마 넘치는 고교생이 극히 평범한 중년의 샐러리맨에게 싸움의 특훈을 베푸는 이야기다. 일찍이 오카다 준이치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던 작품이다.

 

지금까지는 영화나 배우 일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는데, 조금 어깨의 힘을 풀고 학생 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물론 좋아요”라며 싱긋 웃는 이준기.

학생 때는 불량학생이었나요? 아니면 우등생이었나요?

불량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공부벌레의 우등생도 아니었어요. 남학생으로서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봤다는 느낌이에요.

<플라이 대디>와 같은 무용담은?

하하하하, 그런건 없습니다.

그럼 학창시절이 즐거웠나요?

운동이 좋아서 스포츠에 열중했어요. 그 외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무엇보다 재밌었어요.

 

친구들과 논 것 중에 최고의 추억은?

클럽에 갔던 것일까요. 실은 대학생부터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호기심에 그런 곳에 가보았어요. (웃음)

 

스포츠는 무엇을 했나요?

태권도.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이상 계속 해왔습니다. 그외에는 축구요.

그러고 보니 힙합댄스도 잘 추시잖아요.

하하하, 뭐, 좋아합니다.

그 외에도 잘 하는 것이 있나요?

굳이 말한다면 그림이요. 만화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여러가지 특기가 있으시네요.

하지만 악기는 전혀 못 다룹니다. 못 한다고 할까, 전혀 흥미가 없다고 해야겠지만요. (웃음)

 

자기자신에 대한 것에 이르면 금방 수줍어하기 시작하는 이준기. 그런 변화가 절로 미소짓게 한다. 해서 이쯤에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플라이 대디>에 이어 출연한 것이 한일합작 영화 <첫눈>인데, 이것은 일본진출에 대한 비전이 담긴 것인가요?

합작영화가 좋습니다. 데뷔작이 일본영화 <호텔 비너스>라 다른 나라의 스텝들과 일하는 즐거움도 알고 있어서 또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특별히 일본 진출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좀더 국내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눈>에 출연한 것은 순수하게 일본 배우들, 스텝들과 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첫눈>이 첫 러브스토리네요.

러브스토리라기 보다는 좀더 청순한 느낌의 관계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는데, 결국 이전의 두 작품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영화입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다른 타입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변화를 즐긴다고나 할까, 전과는 다른 것을 만들어간다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단지 기본은 좋은 시나리오겠죠. 캐릭터적으로는 같아도 돼요. 좋은 시나리오로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OK입니다.

 
다음 작품은 드라마로 꽤 강한 역할에 도전하는 것 같네요.

7월부터 MBC에서 방영예정인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드라마로, 무참하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무거운 이야기인데 러브스토리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아직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아서 자세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캐릭터들보다 꽤 강한 캐릭터입니다.

 
그러고보니 몸을 다듬으신 것 같은데요. 예전과 비교해서 훨씬 날렵한 인상인데요.

네, 지금도 몸을 만드는 중입니다. 이번은 여유가 있어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천천히 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영화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3월 10, 11일에 있는 오사카 팬미팅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팬들과 교류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을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꼭 기대해 주세요.

 이벤트 구성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것들로 어필할 생각이신가요?

국내에서는 팬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없었습니다. 제가 팬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만큼이나 좋은지 알려드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그것을 알려드리고 싶고 팬 여러분들과 조화롭고 멋진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인데 당신에게 있어 팬은 어떤 존재입니까?

저를 지켜봐 주고 도와주는 존재. 가족 같은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힘을 주는 존재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목표로 하고 싶은 미래상을 가르쳐 주세요.

가능성이 많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완성된 배우보다도 가능성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이준기는 이런 역도 할 수 있다, 이런 면도 있다고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 즐겁게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행한 것은 그랑큐브 오사카에서의 일본 첫 팬미팅 날로부터 약 20일 전, 2월 하순의 어느 날이었다. 여기서 팬을 향한 생각, 팬미팅에 쏟아부은 노력을 뜨겁게 말해준, 그 말들을 통해 마음에 남는 멋진 팬미팅을 선물한 이준기. <왕의 남자>를 통해 주목받은 남자의 활약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어떤 넓이를 가진 배우, 어떤 매력을 가진 남자로 성장할 것인지 팬들과 함께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