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 1월호

Heartbreaker

허세도 부리고, 사치도 부리고, 그렇게 천천히 쉬어 가라. 좀 양아치처럼. 성적표가 저조하면 투정도 부리고, 얄팍한 향수에 젖어 후회도 하면서, 그렇게 흔들려라. 불안정한 채로. 근데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이 하트브레이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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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새우고 오는 거라며? 
응.

에이, 근데 뭐 <일지매> 때는 28일 동안도 밤샘 촬영했는데, 3일 밤샘 촬영쯤으론 이제 애처롭지도 않아 
그러니까 내 말이. 하하.

사전 제작까지는 무리라 해도 목요일에 방송될 8회를 지금(이 인터뷰는 7회가 방송되기 직전에 진행됐다) 촬영하는 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아이리스> 같은 거대 제작비의 작품도 그런 식으로 촬영한다던데 뭐. 생각해보면 나도 신기한 게, 이런 여건에서 촬영하는데도 어느 정도 수준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거다. 해외 나가 보면 언론이나 한국 드라마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어떻게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수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느냐며 놀란다.

우리가 거의 매년 만나왔는데 2009년은 스킵했다. 그것 때문에 귀여운 항의 메일도 좀 받았다. 왜 2009년 코스모에서는 이준기를 볼 수 없는 거냐고. 근데 답장도 못했다. 내가 안 한 게 아니라 이준기한테 까인 거라고 말하기 쪽팔려서 
그러게. 2009년에는 왜 코스모 인터뷰를 못 했지? 2009년엔 해외 활동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다. 또 뭔가가 좀 꼬였었지. 덕분에 코스모 인터뷰도 못 하고 말이야.

표지 모델로 다루고 싶다는 해외 한류 매체들 인터뷰도 거절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코스모와 하겠다고 3일 밤을 새우고 와서 여기 앉아 있다.

 

뭔가? 이게 이준기의 의리라는 건가?

그렇게… 볼 수 있겠지? 하하. 계속해서 좋은 사진과 좋은 기사를 접해오면서 쌓인 신뢰, 아무리 3일 동안 잠을 못 자 엉망이라 해도 잘 포장해줄 거란 신뢰? 하하. 또 팬들이 코스모를 좋아하더라고. 재밌다고. 

그래서 덕분에 떡 먹는 고릴라 아닌 떡 얻어먹은 에디터 되지 않았나. 이준기 팬들 화력 쩌시던데? 내가 2008년에 돈다발을 다 받았다. 그래서 사표 쓰려고 했는데… 
정말? 돈다발을? 오, 브라보! 축하한다.

끝까지 들어봐. 근데 지폐가 좀 이상하더라. 세종대왕이 아닌 이준기가 관모를 쓰고 있더라고 
으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사표를 못 냈어. 으흐흐. 그나저나 이준기는 마조히스트인가?

응?

마조히스트냐고. 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나? 보통은 대진 운 핑계를 댄다. 대진 운만 좋았어도 10%대의 시청률은 기록할 수 있었다고, 근데 <아이리스>는 이미 검증된 상대 아니었나.  화려한 전적을 가진 이 상대는 타이틀 방어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그런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그 용감함.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
아... 책임감! 뭐 많이 얘기해왔던 단어이긴 하지만 책임감 때문에 이 시기에 하게 됐는데. 책임감 때문에 또 무지 아쉬운 작품. 그게(히어로>다. 일단 이준기란 놈을 캐스팅할 때. 어느 정도의 성과를 바라지 않나. 근데 그걸 못해내고 있는거 같아 개인적으로 상당히 자책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100% 내 문제라고 자학하진 않지만. 그 책임감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는건 사실이다.

한편으론 그게 이준기다워 좋았다. 용감함, 무모함, 어떤 것이든 이준기니까. 물론 영악한 배우였다면 이 편성대의 작품에 안 들어갔겠지. 근데 하지 않나, 이준기는. 철저하게 까이면서.  으허허  
아. 사실 초반부터 좀 꼬인 작품이었다. 사실은 2009년 초에 들어갔어야 돠는 건데. 여건이 안 좋아 미뤄지다 연초가 아닌 연말에 하게  된 거지. 그렇다고 <아이리스>의 종영 시기에 맞출 순 없었다. 늘 해왔던 얘기지만 내 나름대로 계획이라는 게 있다. <히어로>는 2009년 안에 내가 책임져야하는 거다. 2010년에는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새로운 계획이 있다. 그러므로 해야 하는 거다. 상황이 나쁘다면. 상대 작품과의 시청률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면 후희되지 않는 작품을 하자는 게 내 판단이었다. 덜 대중적이더라도 작품성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인정받는 그런 작품을 하자. 그런 판단이었던 거지.

근데 그것조차 안 되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엄청난 인기에 밀려 듣보 취급받던 <부활>케이스롤 <히어로>에 적용시킬 순 없다. 시청률 경쟁에서 KO패 했어도 <부활>은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낼 정도로 이미 탄탄한 플롯을 갖춘 드라마였다. 트렌디함 대신 드라마적 정공법을 내세운 진중함의 승부점이 있었지. 6회까지 <히어로>가 보여준 성긴 올드패션과는 다르다
안다. 팬들이 걱정하는 부분. 시청률 경쟁에서 상대하기 어렵다면 다른 드라마가 주지 못하는 재미만이라도 찾아보자. 그 부분에 포인트가 있다는거 안다. 근데 그게 잘 찾아지지 않아 답답해들 하시는것 역시도 잘 알고 있다. 드라마를 만드는 데는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요구된다. 그 수많은 요소들이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냈을 때 대중이 기대하는 완성도가 만들어지는 거다.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삐끗한 거겠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내가 맡은 그 부분, 그 요소의 나사를 조이는 것이다. 작품 전체에 대한 누군가의 실책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말할 순 없는 거다. 난 일개 배우에 불과할 뿐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포지션에 최선을 다하는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거다.

작품의 완성도나 대중성이 열정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슐프지만 현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최대한 방법을 강구헤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완성된 영화와 달리 이건 드라마니까. 주연 배우조차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진행되는 있는 현재 진행형 아닌가. 작가를 직접 만나서 의견을 보탤 수도 있지 않나. 듣기론 작품 들어가는 순간부터 작가와도 결별한다던데
작품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주 뵌다. 그러다 촬영 시작되면 안만나지. 정말로. 진짜로 이해가 안 될 때를 제외하곤, 왠지. 그냥 월권같다. 촬영 시작되기 전에 감독님과 작가님을 수 없이 만나며 작품에 대한 파악을 하기 때문에 작품 들어갔을 때는 믿고 가는 거다. 배우가 작가나 감독에게 의견을 피력하게 되면 자칫 간섭이 될 수있다. 그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행동 중 하나다. 그런 배우들을 봤을 때 참 안 좋아보이더라고.

서운한 마음은 없나? 이준기가 연기하는 ‘진도헉', 그러니까 제작진이,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작가가 드라마의 힘이 응축돼야하는 주인공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정이 없는거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캐릭터 때문에 서운한 건 없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 자체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있다. 내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조연 캐릭터들도 명확하게 포지셔닝이 됐을 때 작품 전체에 탄력이 생기는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으니까 좀 걱정되기도 한다.  나도 사람이다보니 믿고 간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다가도 맥이 빠지곤 한다. 근데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최대한 빨리 추스르고 현장상황. 그 순간순간에 매진하려고 한다.  자꾸 부족한 부분을 신경 쓰면 나에게나 작품에나 마이너스가 될 거 같더라. 어차피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거다.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면. 즐겁게 가는 
편이 낫다. 어차피 멈출 수 없는데. 그게 규칙인데, 굳이 멈춰 서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보단 즐겁게 걷는 게 차라리 나은 거다.

멋있다. 그런 기특한 생각은 어떤 테크트리로 만들어지는 건가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거 같다. 나 자신이 계속해서 나에게 최면을 걸 듯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거지. 그게 억지로 돠는 건 이닌데.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일단 재밌어야 되거든. 재미를 찾으려면 수 없이 많은 기준에 나릍 가둬선 안된다. 시청률 같은 사회적 계산법에 익숙해지고, 그런 마인드로 작품을 한다면 앞으로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난 이준기라는 이름으로, 내 캐릭터로 뛰어들었다. 근데 성적표가 저조하다. 그렇다고 포기할까? 아니, 내안에서 내가 재밌다고 느끼는 것들을 찾아야지. 단숨에 성적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상황 자체를 즐기면서 새로운 재미를 찾는 거지. 현장에서 수없이 구르고, 흙바닥에서 그 미세한 진동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포인트를 찾는 거지.  그러다 보면 이 현장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이준기에게 흥행과 시청률, 대중의 평가와 팬들의 마음,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그러나 그 계산법만으로 나의 가능성을 점수 매기고 싶진 않다. 극과 극을 치달으며 나 자신을 시험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스펙트럼은 서른 이후의 내 그릇 크기를 결정해 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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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5분 전, 그러나 무대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다. 견딜 수 없는 절망적 불쾌감으로 소리를 지른다. 공허하게.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다. 어떤 질문으로도 구체적으로 스캔되어지지 않는 그의 하드보일드한 뇌안의 자장은, 깊고, 황량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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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들이 <히어로>에서 느낀 공감대가 바로 그 지점인 거 같다. 현장에서 구르는 이준기의 그 진심 말이다. 시청률 4%대, 그건 온라인 매체들에 헤드라인으로 까일 수치다. ‘통곡의 벽'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준기 편인거 같더라. 그토록 저조한 시청률을 자극적인 표현으로 헤드라인에까지 올리며 까는 매체가 생각보다 없어서 놀랬다. 기자들이 이준기를 감싸주다니! 4% 시청률이 아니었으면 이거 확인이나 가능한 일이었겠나. 하하
하하. 그렇지. 나도 좀 놀랐는데. 의의로 시청률 때문에 그렇게 많이 까이진 않았다. 어느 지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어설프게나마 얘기할 수 있는건 진정성인 거 같다. 책임감, 촌스럽게 무식할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면 현장에서 구를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기자분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갖고 계시지 않나. 그런 분들에게 치기 어려 보이는 그 무모함 조차도 도전이나 열정으로 비쳤다면 난 성공한거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그래도 내가 잘 살아왔구나 싶어 기특한 생각도 들고 그렇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였거든. 상당히 많이 까였다. 아. 이런 것까지 까이나 싶은 지점까지 깡그리. 하하. 근데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지. 오히려 지금 인터뷰하면서 상당히 까이고 있는 것 같은데? 하하. 이 상황에 뿌듯한 얘기 좀 해도되나? 히히.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내가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고. 안 된다고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하고 있다는걸 누군가가 알아줄때 느까는 희열 같은거 말이다. 
나, 사실 그거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좀 뿌듯해 하고 그렇다. 하하.

그럼 말나온 김에 좀 더 까이자.으하하하. 만약 이 시대의 이 세태에 대한 풍자와 지금 이 땅의 풍경에 대한 비판적 은유가 핵심이었다면 제대로 까야한다. <인간시장>처럼. 진도혁을 ‘장총찬'처럼 만들었어야한다. 그런데 진도혁은 장종찬 같른 비범함이 없다. 사법고시에 수 없이 낙방한 이 시대의 흥길동 같은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장총찬은 액션활극은 기본에 소매치기나 도박기술까지 갖춘 잡기에 능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진도혁은 그깟 슈팅게임도 여자보다 못한다. 홈페이지 제작에 필요한 HTML 태그 정도도 모르고 말야.  이 뭐 그냥 오지라퍼 아닌가.
아.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쉬운거다. 사실 진도혁 캐릭터도 그렇고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드렸다. 당신이 얘기한 포인트. 그 부분에 대한 얘기도 다 들어 있었다. 그런데 좀 우회해서 가고 싶었던거 같다. 좀 더 다른 캐릭터로의 접근을 원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6회까지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던거 같고. 아까 서운한거 없다고 했지만, 굳이 꼽자면 그런 부분에서 서운함이 있다. 그런 부분이 좀 더 채워졌으면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윤소이가 맡은 ‘주재인'과의 멜로라인도 그렇다. 장총찬 같은 경우는 무식해도  연애에 능해서 역동적으로 상황을 이끄는 캐릭터였다. 능글능글하지만 세련된 테크닉으로 여기자 ‘오다혜'를 유혹한다. 근데 진도혁은 그 재능조차 없다. 연애는 경험도 없는데다 쉽게 상처받는 캐릭터라니!  그러니까 <인간시장> 장총찬 캐릭터를 진도혁과 주재인이 셰어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캐릭터의 대립각이 희미해졌다.
정말 가진거 하나도 없는. 철저하게 아무것도 없는. 그런 인물이 어떤 경험과 어떤 성찰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이 보이는 드라마. 그게 <히어로>다. 아직 그런면이 덜 발견됐다면 그만큼 기대해도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진도혁이란 친구는 많은 시련을 겪을거고 무의식중에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제작진에게 얘기했던 부분이었고. 앞으로 그렇게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3,4회차? 아니, 5회차? 아무튼 아쉬움이 있었지만 조금만 더 흐름이 타이트해지면 훨씬 재밌게 진행될거다.

다 아쉬운 건가? 하하. 늘어진다는 지적 때문인지 6회에서는 최종편처럼 미스터리들이 순식간에 해결돼버렸다. 근데 긴장감이 넘치거나 전혀 스피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다. 진도혁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였던 부모를 죽인 원수가 밝혀지는 밖혀지는 과정은 조잡했다. 그 증요한 미스터리의 숙제를 푸는데 꼬붕 하나데리고 한강 둔치에나와 묻는 ‘조용덕'이나 묻는다고 술술 풀어내는 '공칠성'이나. 이 무슨 현피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지. 그런 부분이 미흡하지. 아마 작가님도 프레스를 받고 계실거다. 중심을 잡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게 작가님 얘기로 자꾸 들어가려니까 말하기가 굉장히 난처하고 어려워진다.

제작진에게 해야하는 질문을 배우에게 쏟아내고 있는 나 역시 굉장히 난처하다. 근데 지금 내 앞에 있는건 이준기니까 어쩌겠나. 흐흐. 진도혁 캐릭터 자체가  처음과 달라진 건가? 천재적인 능력까진 아니더라도 비범함이 있는. 히어로라고 불리기에 낯설지 않은 캐릭터였던 건가?
그게...아마도 좀 바뀌였을거다. 좀 더 우리 일상의 서민 느낌을 살리고. 거기에 힘을 싣게 되면서 캐릭터에 변화가 생겼다. 그게 흐름을 잃은 가장 큰 요인이었던거 같다. 그렇다고 작가님의 생각이나 의도에 개입할순 없다.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 지금 작가님도 고민이 많으실거다.

건방져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나?
두려움이라고 한다면. 그 주어는 건방져보인다는 지적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겠지. 좋게 풀어가려는 의도와 상관없이 제작진에게 뭔가에 대해 어필하게 되면 오히려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날때가 많거든. 그런 상황을 목격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가 팀 전체의 결속력을 저하시키는 불화의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당연히 조심스럽지. 배우란 위치가 그런거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빛나는 권좌만은 아니군.
그렇지. 나 역시도 내 작품이 아닌 경우,  시청자나 관객 입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작품을 바라보게 되면 그 배우의 가장 잘된,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만 기억에 남더라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거나 흥행이 안된 작품은 기억이 안나. 근데 대중이 내친 그 작품들도 성공한 작품만큼이나 고단한 길이었을 거라는 거지. 아니, 오히려 더 속않이를 하면서 힘겹게 만들어낸 작품일 거라고. 나 같은 경우도 그렇다. 대중에게 내 필모그래피의 뱐쪽은 없다. '이준기가 그런 작품도 했었어?' 하시지. 근데 대중이 보기에 그렇게 미흡해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배우들은 더 많은 걸 얻고 있다.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더 많은 열정을 발산해내며 만들어내고 있는거지. 그걸 대중이 꼭 알아줬으면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대중의 평가나 시선처럼 내가 그렇게 고달프지만은 않다는 거다. 자금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날 더 튼튼하게 지켜줄 자양분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니까.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이 많은 걸 배웠겠지만 그래도 설명 가능한 부분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나?
작품 들어가기 전인 2009년 초에 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늘 흥행에 성공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해왔는데 무너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내가 이런 대답을 했었다. 어떤 작품이든 만나서 좀 무너지거나 흔들려보고 싶다고.

으하하하. 이 깨방정.
아하하하. 그러니까. 그러면서 내가 날 흔들어놓을 수 있는그런 작품을 해봐야 더 배울 수 있을거  같다고 한거야. 며칠 전 갑자기 그때 인터뷰한 내용이 생각나더라고. 그러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더라. 와. 내가 그렇게 건방진 생각을 다 했단말인가 싶고. 늘 겸손하겠다는 다짐을 해왔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그렇게 건방진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구나싶어 너무 부끄럽더라고. 근데 좀 더 깊게 생각해봤더니 내 마음 한구석에 정말로 불안감이 있었던거 같더라. 좋은 평가의 전작들을 등에 업고 지내고, 겪어보지 못한 상황과 뭔가를  얻지 못하게 될 때의 불안감을 느꼈왔던 거 같다. 그걸 자금 철저하게 체득하고 있는중이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즐겁다. 어떤 결과로 마침표가 찍혀질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 많은 걸 얻을 거 같다. 오히려 모자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모자람만큼의  기대감이 생긴다. 그게 즐겁다. 그 힘겨운 경험들이 분명히 서른이 지난 이후 어느 날.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줄 거란 기대감, 그게 즐겁다.

설마 이것도 이준기의 계획 아닌가? 늘 방학 생활 계획표를 짜고 매 순간 매뉴얼 플랜을 구상하고 있는 이준기 아닌가. 이런 시련 역시 서른 직전 이준기 계획의 일부라면? 당신 좀 무섭다. 
하하하. 계획, 할 수가 없는 부분이지 않나! 근데 말이.,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나도 좀 섬뜩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어느 정도 감지하면서 이 무모한 경쟁에 뛰어든게 아닌가 싶기도 한거지. 이전에 내가 인터뷰했던거나 기자회견 당시 했던 얘기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나같은 경우. 작품들어갈 때마다 어떤 패턴이 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잘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기자회견때부터 이미 굉장한 기대감을 얘기한다. 근데 <히어로>는 좀 달랐다. 이번엔 기자회견 때도 굉장히 편안한 느낌으로 한편으론 좀 마이너한 감수성으로 응했거든. 그러니까 마이너에서 출발해 선전을 기대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정말 욕심이 전혀없어 보일 정도로 편안한. 마치 잃을 것이 없는 사람처럼 초연한 마인드에서 출발했는데, 그게 좀 이상했지. 어쩌면 나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서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걸까? 하하.

이제 까임 방지권 좀 줄 타이밍인 거 같은데. 하하. 내가 <히어로>를 통해 얻은 게 하나 있다. 백윤식 같은 대배우들과의 어우러짐이다. 사실 이준기라는 캐릭터자체가 지닌 판타지함과 그 얼굴이 주는 비현실적 기묘함 때문에 백윤식 같은 배우와 한 신에 잡혔을 때의 어색함을 우려했었거든. 근데 대사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면 <타짜> ‘고니'와 '평 경장' 신이 만들어낸 편안함이 있더라. 그럼에도 묘하게 텐션이 지속돠는.
사실 이 작품하면서 가장 큰 욕심을 냈던 게 그 부분이었다. 캐릭터의 상호관계. 당신 말처럼 이전에 보여줬던 원톱으로 극까지 달려가는 인물을 그려냈던 내가 다양한 캐릭터 속에 녹아들 수 있느냐에 대한 시험. 내가 즐겁다고 얘기하는 게 바로 그 부분인데,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얻는 행복함이 있거든. 이 작품 들어가면서 내가 제일 신경썼던 부분도 바로 캐스팅이었다. 전부 내 노력에 의해 이뤄진 거라 말하기 어렵지만, 백윤식 선배님부터 주진모선배님까지. 대선배분들 캐스팅까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끝내주는 라인업이 된 거지.

그렇지, 끝내주는 라인업이지. 백윤식에 주진모, 이한위, 하물며 장진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한 내공의 소유자 장영남 같은 끝내주는 카리스마의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보는건 굉장히 드문 일이지. 근데 그게 활용이 안되고 있으니까. 시청자들도 그게 답답한 거지.

그렇지. 그분들의 재능이 절반도 표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가장 안타까운거지. 정말 같이 일해보고 싶은 꿈에 그리던 선배님들의 조합이 완성됐는데 표현이 안 되니까. 오히려 너무 소모되는 것처럼 보이니까 안타까운거지. 백윤식 선생님 같은 경우는 정말로 좀 과할 정도로 제작진에 요청했거든. 그럼에도 상황이 굉징히 안좋아 거의 포기해야할 직전까지 갔었다. 백윤식 선생님이 지금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랑 영화도 한편 촬영하고 계시거든. 그래서 스케줄상 거의 어렵다는 분위기였는데, 결국 <히어로> 출연을 결정해주신 거지. 정말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된 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뭐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신 걸까? 이준기의 열정 때문에?
아마 선생님께서 그건 잘 모르실껄? 제작진에게 요청하면서도 내 의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고집했으니까. 캐스팅에 주연 배우의 힘이 조금이라도 작용된다는 거. 그거 오해 살소지가 굉장히 많거든. 아무튼 그렇게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던 거 같다. 하하. 만난 첫날부터 소주 한잔하자고 졸라서 미친 듯이 물었다. 선생님 작품수가 어마어마하다. 그 많은 작품을 해오시면서 얼마나 많은 경험과 얼마나 많은 배움이 있었겠나. 어떤 젊음과 어떤 낭만을 즐기셨는지. 내가 겪지못한 선생님이 살아오셨던 그  시대의 얘기들을 계속 물었다. 

밋밋한 라인도 어떻게 그렇게 백윤식화시키면서 끝내주는 명대사로 만드는지 그런 거 안 물어보고?
에이. 그렇게 처음부터 대놓고 들이대면 안되지. 선생님이 젊은 시절부터 작품 하시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해야지. 순차적으로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흘러나오도록 해야지. 내가 급하다고 대놓고 질문하면 상대방이 오히려 마음을 닫을 수 있다.

진도혁보다 낫네. 아니, 나보다 낫네. 하하. 기자해도 되겠다.당신이 인터뷰어 해라.하하
하하. 우리도 지금 그렇지 않나. 딱딱한 인터뷰가 아닌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 분위기가 돼야 질문자도 재밌고, 대답하는 사람도 부담이 없는거다. 질문자 역시도 계속 홍미가 유발돼야 더 새로운 소재의 대화가 나오는 거거든. 그렇게 볼 때 선생님과의 술자리는  너무 재밌었지. 우리나라의 문화 르네상스라 할 만한 80년대에도 워낙 왕성한 활동을 하신 분이다보니 얘기를 들을수록 궁금한 게 더 많이 생기고. 너무 흥미롭더라고. 진짜 질펀하게 마셨던 기억이 난다. 하하. 
타인의 경험을 듣는 것으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연기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이 해결되는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수치로 계산할 순 없지만 내 사고의 틀을 완성해가는데 분명히 영향을 미칠 거다. 시청자분들도, 팬들도 그걸 아는 거 같다. 그러니까 이준기는 역시 선배들과 붙어야 된다고들 얘기해주시는 거겠지. 치기 어려도 자꾸 달라붙어서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보신건지 선배들님도 많이 신경써주신다. 사실 상대배우가 자기 리액션만 생각하면서 연기할 때만큼 골 아픈것도 없거든. 근데 <히어로> 현장은 그 반대니까. 그게 너무 좋다. 내가 여러버전으로 연기하면 다 받아주시고, 오히려 나를 시험하는 리액션도 해주시니까 그게 너무 좋은 거지. 앞으로 그 부분에 더 욕심을 내볼 생각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안심도 되고, 기대도 생기네? 굉장한 설득력인데? 하하. 일단은 진도혁 캐릭터가 조금 더 탄력을 받았으면 싶은데,그러려면 좀 유치해보여도 캐릭터의 슬로건 같은게 필요하다. “나 장총찬이야”하는 <인간시장>의 장총찬뿐 아니라 <공공의 적<)의 ‘강철중'도 “나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이야!”하며 캐릭터를 더욱 캐릭터화시키는 슬로건이 있지 않았나. 뭔가 두음에 리듬감을 주면서 캐릭터를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 이런 단순한 테크닉을 삽입하는건 어떨까?
아! 그런게있다. "나 진도혁이야. 진돗개처럼 물고 떨어지지 않는 진도혁이야! 나 알잖아" 뭐 이런 대사들이 있다. 작가님도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건지. 캐릭터를 설정하는그런 대사를 넣었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이 보다 강조될 거다. 사실 처음 들으면 좀 유치하지 않나 싶은데 당신말대로 그런 부분이 필요할 수도 있는 거다. 아까 기대가 된다고 한 얘기가 빈말만은 아닌 게 그런 부분 때문이다. 제작진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변화를 위해 많은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 구조상 단숨에 바뀔 순 없겠지만 좀 더 단단해질거고. 좀 더 재밌어질거다. 그래서 나 역시도 앞으로 나올 대본이 너무 기대가 된다. 그래서 재밌다.

계속해서 재밌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의 나쁜 상황에 상처받기 싫은 강박에서 나온 표현인줄 알았다. 근데 아닌거 같다. 이준기의 작품 선택에 있어 좀 의아했던 부분에 답이 그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준기는 최고의 퀼리티를 가진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내는 것보단 그 과정이 험난하고 고달플지언정 재미를 찾을 수 있는걸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한거 같다. 대개의 배우는 봉준호 같은 최고의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어하고, 아니면 칸과 같은 유수한 영화제를 순례할 수 있을 법한, 이미 검증된, 그러니까 메이드된 작품에 초이스되고 싶어한다. 근데 이준기는 메이드된 결과가 아닌, 메이드해가는 그 과정에 관심이 많은거 같다.
맞다. 좋은 감독. 좋은 스태프들과 해야된다는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준기야. 넌 무조건 좋은 감독과 작품해야돼. 앞으로는 좋은 작가와 좋은 제작사랑만 해" 그런 말 많이 듣는다. 근데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왜냐하면 기다려야 하니까. 근데 그게 내 성격과 안 맞는다. 지금도 뭔가를 계속하고 싶은 끓어오르는 욕구를 주체할 수 없는데 작품을 기다리며 몇 달을 쉬고, 몇 년을 쉬라고? 난그게 안 된다. 입봉 감독이든 연륜 있는 감독이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뭔가 찾을 수 있으면 된다. 어차피 흔자 남으면 똑같은 거다. 그 안에서 부딪쳐가며 메이드되는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 난 그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한편으론 검증된 작품만 하려고 하는건  배우가 아닌,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스타 배우의 길을 가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랄까, 너무 사치 같다고 할까.

전혀 아니지만, 설령 사치라 부를 수 있다고 해도 당신은 그거 좀 누려도 된다.
모르겠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에겐 그게 더 편할 수도 있겠지. 검증된 작품만 선택해 실패 위험을 줄이고, 작품을 한 뒤에 더 좋은 작품 기다리며 1~2년 쉬면서 충전하고, 그거 편할 수 있겠지. 주위 분들도 그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지적하거든. 제발 달걀로 바위 치기 같은 것 좀 하지말라고. 하하. 그런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그게 보험아닌가. 안정돼 보이는 작품은 위험 부담이 적으니까. 근데 그 보험. 난 아직까진 없어도 괜찮아. 보험 들 정도로 오기가 없는 거 아니거든. 하하.

그래도 실패가 잦아지면 습관이 되는거다.
안다. 그거. 그래서 내가 또 세운 계획이 있다. 두 작품을 연속으로 실패하면 나도 물러서겠다고. 하하. 근데 어떤 배우나 겪는 패턴이다. 아니, 삶이란 게 그런 거다. 실패와 성공은 언제나 교차된다. 그럼에도 너무 걱정을 하니까 제안을 한 거지. 연속으로 망치면서도 깨우치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가는 것 같으면 내 안에서 제동을 걸겠다는 거지. 그래서 지금 매니저들이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다음 작품으로 이준기가 뭘 고를지 보겠다며. 하하.

근데 이준기의 베드신은 언제쯤 볼 수 있는 건가?
인터뷰할 때마다 그 질문을 많이 받는 거 같다.

그러니까. 남자와 베드신 말고.
으하하. 작품에 꼭 필요하다면 못 할 게 없지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사실 그것도 계획에 포함된 부분이긴 하다. 하하. 뭐랄까 남자는 30대의 베드신이 진짜인 거 같다. 나에게서 좀 더 남자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파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나? 당신은 한번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난 언제나 나이에 맞는, 그 나이대가 아니면 못할 것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 아직은 20대니까 그 나이에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 왕년의 브래드 피트가 해왔던 작품들이나 제임스 딘이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던 그런 작품들. 뭐 <트와일라잇> 같은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도 싶고.

뱀파이어, 어울리는데? 하하
응, 해보고는 싶은데, 그게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지 감이 전혀 안온다. 왠지 뱀파이어 영화에는 얼굴 허연 백인이 좀 나와줘야 할 것 같지 않나. 하하.

외롭지않나? 이건 뭐 안 외로우려고 해도 너무 조장을 하니까. 장동건, 고소영에 현빈, 송혜교, 아 짜증나. 하하.
하하. 뭐 어쩌겠나 싶고 그렇다. 내가 스캔들이 없지 않나, 그게 다 이유가 있다. 현장에서 내 행동을 보면 스캔들이 날 수가 없어. 이건 뭐 스테프처럼 구니까. 여배우랑 연기해도 거의 오빠, 동생이지 다른 관계가 생길 수가 없다. "우리 지금 연기력이 너무 부족한거 같은데, 언론의 관심을 스캔들로 돌려볼까?"이러는데, 무슨. 이건 철저하게 나 자신의 문제인거 같아.

안 외로운가 보네.
에휴. 이런 질문엔 그냥 빨리 인정해버리는게 나아. 응, 안 외로워. 하하.  가끔 '아, 나도 사랑같은 거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현장기면 또 잊어버린다. 금방 동화되거든.

그래서 나도 생각을 해봤지. 이준기에겐 어떤 여자가 어울릴까 말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영특해야 할 거같고, 또 섹시해야 할 거같아. 그러면서 순수함과 순종적인 면도 갖춰야 할 거 같고 말이야. 그러다보니 신세경이 떠오르던데? 하하.
아. 훌륭하시지. 근데 남친 있지 않으신가?

노코멘트라던데? 하하.
솔직히 나도 여배우분들과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 그분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겠나.  그런 매력의 소유자와 연애도 해보면, 아유, 좋겠지. 뭐 조만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하하. 근데 사랑의 감정에는 계획이 없더라고.  어느 순간 생길 수 있는 거더라고. 언제쯤이 아니라, 오늘 당장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다  때가 있겠지. 그냥 해탈의 자세로 기다릴래.

이젠 악몽 안꾸나?
꿈. 꾸지. 꿈에서 자꾸 누군가와 싸운다. 해외 나가서 공연을 해야하하는데 준비가 하나도 안돼 있는거지. 공연 5분전인데. 그래서 미친듯이 화를 내지. 막 쌍욕까지 하면서. 흐흐.

이건 후기인데,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히어로>가 안돼서 좋았다.
으하하하. 뭐야 

거품이 빠질 거라는 거 당신은 예상했었다. <플라이 대디>가 안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실패에 처한 이준기를 목격하고 싶다.
아예 제로에서.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건가? 그렇다면 대답은 같다. 늘 그래 왔다는 거. 난 나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잘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바로 그거다. 그러니까 처절하게 흔들리는 이준기를 보고 싶다는 거다. 예상 불가능한 상황까지 지독하게 무너져 철저하게 흔들리는,  처절하게 일그러진 이준기가 궁금하다는 거다. 그때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과 그 순간의 폭발력, 그게 궁금한거다.
음... 흔들리지 않는게 아닌 흔들리고 있는 이준기라... 그건 나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데?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되게 궁금하다.  아! 그렇게 보면 지금. 바로 지금이 기회라면 기회일 수도 있겠는걸? 하하.

 

출처 : https://blog.naver.com/chlyo0417/221405599290